주걸륜 감독의 2007년 작 '말할 수 없는 비밀'
감독이면서 주연 배우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잠깐 잠깐 까메오처럼 등장하는 거야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극 전반을 이끌어가며, 조율, 혹은 절제해야 하는 감독의 역할과 상황 속에 몰입해 다른 인생을 격정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주연 배우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한다는 것은 얼핏 생각해 봐도 그리 만만치는 않아 보입니다. 그렇기에 감독과 주연을 맡은 배우의 작품은 곱씹어 보게 됩니다. 실제로 별다른 뭔가 없다 해도, 괜시리 곱씹어 보게 됩니다. 그런면에서 봤을때 주걸륜이란 배우겸 감독을 만나게 된 것은 어찌보면 행운이다 싶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 작품을 보게 된 것은 행운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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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이 선호하는 영화 장르가 있다고 봤을 때, 만일 내가 선호하는 장르만을 고집하는 사람이었다면 이 영화는 내가 볼 수 없는 영화였음이 분명합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나 포스터를 보았을 때(어딜 봐도, sf, 액션, 판타지는 아니기에) 내 기본적인 취향대로라면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떤 행운이 있으려 했는지,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감상케 되었고, 그런 행운을 누렸음에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습니다. 거기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영화는 한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만큼 반복해서 보게 된 몇 안되는 영화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반복적 감상에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동의 하리라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본 이유를 궂이 얘기하자면, 재차 볼때마다 이전에 눈치 채지 못했던 장면들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주제들이 지금이라면 좀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2007년 즈음에는 그리 흔하게 접할 수 있는(노골적인 '타임머신'이란 제목의 영화가 아니라면)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면에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가 가진 재미는 독특하며, 환상적이며,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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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기본적으로 흥미로운 설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설정만으로도 독특한데, 여기에 더해 시간 여행을 할때는 자기가 처음 본 사람만이 자기를 볼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 아니 '비밀'이 있는 것입니다. 이 '비밀'은 영화속에서 여주인공 샤오위가 남 주인공 샹룬을 만나러 올때마다 눈을 감는 이유가 되고, 이 '비밀'은 영화속 다양한 갈등을 만들어 내는 이유가 됩니다. 어찌보면 이 독특한 설정은 20년이란 시간의 간극을 설명하는 감독의 재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말중에 '싸우면서 친해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표현을 좀 바꿔보자면, 영화속 다양한 갈등 요인들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이해할 수 있는 '비밀'로 만들어 갑니다.
보통 영화를 평가할때, 스토리, 음악, 연기, 감독 대충 이정도를 염두에 둔다고 보면, 이 영화는 좋은 평가를 각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얻을만한 영화라고 봅니다. 극 전반에서 빠지지 않는 맘을 위로하는 듯한 피아노 연주, 보는 이의 마음을 애타게 만드는 풋풋한 아니 어쩌면 가슴 절이는 사랑 이야기, '우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스토리, 흠을 잡자면, 영화 어디에서건 흠을 잡을 수 있겠지만, 궂이 흠을 잡을 맘 없이 흘러가는대로 쭈욱 보게 되는게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중 하나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