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국방비리, 언제나 터지듯 최초의 율곡비리(1993) 아마 우리군의 가장 큰 적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도 중국도 아닌 아마 우리 자신일 것이다. 바로 국방비리에 대한 얘기다. 외부의 적이라면 강한 군사력을 통해 얼마든지 방어하고 박살낼 수 있으나 내부의 적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국방비라는 한마디로 우리군의 암적인 존재다. 그만큼 국방비리는 우리군이 최우선으로 쳐부숴야할 내부의 적이며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군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국방비리가 저질러졌다. 그 모든 것들이 매국적이며 규탄받아야 마땅한 범죄행위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율곡비리사건은 우리군의 신뢰도를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뜨린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악의 국방비리 게이트가 아닐까 싶다.
1993년 감사원이 율곡사업의 비리와 관련하여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비로소 율곡비리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국민들의 충격과 배신감은 컸다. 그도 그럴것이 검찰에 의해 구속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군을 대표하는 핵심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군 전체의 문제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직 국방장관이 둘이나 연루되었으며 전직 공군참모총장에 전직 해군참모총장까지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는것인지..?
정치권과 국민들 모두 군을 성토했고 결국 수십명의 현역군인들과 공무원을 더 징계,인사조치하면서 사태가 마무리 되었다. 사실 필자가 보기에 지금의 군시스템으로는 국방비리를 완벽하게 예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전현직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의기투합하여 전직은 현직을 이용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현직은 전직의 이익을 챙겨주고 퇴임후를 보장받는 이러한 검은 카르텔이 척결되지 않는 이상 국방비리를 막아내긴 어려울 것이다. 율곡비리 당시 감사원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우리는 주요 무기를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비싼 가격에 구매했고 이것은 가격결정당시 상당한 커미션이 제공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국가안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전략무기마저 브로커의 손익에 따라 좌우 되었다는 것이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 사건은 김영삼 정권이 이룬 몇 안되는 업적중 하나로 그나마 김영삼이라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게하는 요인의 하나다. 이전까지 군부정권의 서슬퍼런 압제속에서 군은 하나의 성역으로까지 여겨졌으니 누가 이곳을 수사하고 처벌할수 있다는 말인가.
고인물이 썩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조선시대 국정이 문란해지고 부패가 만연해진 이유중 하나는 공신의 범람이었다. 수많은 쿠테타 속에서 함께 정권을 창출한 동지들을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성계는 수많은 개국공신들과 권력을 공유했으며 세조역시 계유정난 이후 정난공신을 책봉했다. 이와 같이 쿠테타로 집권한 군부세력이 쿠테타 동지들에게 칼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었으리라고 본다. 그렇게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동지들에게 후한 선심을 썼다. 율곡비리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남겼다. 군은 우리가 생각한것 만큼 깨끗하고 올곧은 사람만이 있는 곳이 아니며 모든 집단은 돈이 결부되어 있는 한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라는 이름아래 그 어떤 곳도 성역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